나에겐 동생이 하나 있다.
나는 외동딸이었지만,
맞벌이 부모님이 혼자만 있는 나의 일상이
외로울까 늘 곁에 두려 했었던,
같은 동네에 살았던 사촌 여동생 덕분에 외롭기는 커녕
귀찮기만 했었다.
뼛속부터 외동이었던 나는 어릴 적 혼자 있는걸 참 좋아했는데,
동생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내 옷 방을 뒤지거나
내가 화장하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곤 했다.
뿐만 아니라 나를 따라 염색을 하고, 나를 따라 피어싱을
하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안좋아 보였는지 보수적이었던
큰아빠는 '언니 하는 건 다 따라한다'며 나를 꾸지람하기도 했었다.
어린 마음에 나를 따라하는 동생때문에 괜한
말을 들어 기분이 상한 나는 죄 없는 동생만 나무랐던 것 같다.
다 큰 성인이 되어 둘도 없는 친한 자매가 된 우리는 이제와 그때를
회상하며 이야기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내 동생은
"언니가 하는 건 다 멋있고 예뻐 보였어"라며 웃고는 한다.
나도 멋쩍어 그냥 웃어 넘기긴 하지만,
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내가 누군가의 워너비 였다는 사실은
굉장히 뿌듯하면서도 값진 경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.
이처럼,
우리는 모두가 누군가의 동생이면서,
동시에 누군가의 언니이자, 워너비가 아닐까.